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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규제, 진짜 효과 있을까? – 제도 변화와 현실의 간극

co밍 2025. 4. 12. 15:25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출근하는 사람들, 포장 배달 음식을 손쉽게 시켜 먹는 일상. 우리는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무수히 많은 일회용품을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지, 포장용기… 그 수는 헤아릴 수 없고, 그 양은 상상 이상이다.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하루에만 약 2,000만 개 이상의 일회용 컵이 사용되며, 그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못한 채 쓰레기장이나 소각장으로 향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정부는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2022년부터는 카페 내 일회용 컵 사용이 전면 금지됐고, 2024년에는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까지도 제한 대상에 포함되었다. 포장 용기 규제, 다회용기 보증금제 도입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 변화가 과연 실제로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바꾸고 있을까? 규제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곳에서는 일회용품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고 있으며,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 실질적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오늘의 이 글에서는 일회용품 규제 정책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내고 있는지, 정책의 도입 배경과 그 목적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정책이 현실과 부딪히는 지점은 어디인지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실효성 있는 환경 정책이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단순한 규제를 넘어선 실천과 인식 변화의 중요성을 함께 살펴보자.

일회용품 규제
일회용품 규제

의도는 옳다 – 제도 변화의 방향성과 정책의 진화

일회용품 규제 정책은 단순히 사용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환경오염을 줄이고, 순환경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초석으로 기능한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2018년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 사태 이후, 재활용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해졌고, 그 과정에서 일회용품 사용 자체를 줄이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카페·패스트푸드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비닐봉투 무상 제공 금지 ▲포장재 기준 강화 등이 있다. 여기에 더해 2023년 시범사업으로 시행된 ‘다회용컵 보증금제’는 컵에 보증금을 부과하고 반환 시 환급해주는 방식으로, 유럽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정책이다. 이는 ‘쓰레기 발생 전 단계’에서 문제를 제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정책은 단순히 강제성을 띠기보다는 보조금이나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는 업체에는 세제 혜택을 주거나, 다회용기 세척을 지원하는 공공 세척센터가 일부 지역에 설치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가 단기적인 사용 억제에서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산업구조와 소비 문화를 바꾸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일회용품 규제는 단순히 ‘사용을 줄이자’는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소비자 습관, 업계 시스템, 행정체계까지 변화시키는 포괄적 개혁의 한 축이다. 그러나 제도적으로는 방향이 명확해졌음에도, 현실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다.

현실은 복잡하다 – 규제와 현장의 온도 차

제도는 바뀌었지만, 현실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일회용품 규제가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한다. 매장 내 다회용 컵 세척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인력과 시간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매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손님이 컵을 가져오지 않으면 일회용 컵을 줄 수밖에 없는 현실과, 규정을 위반했을 때의 과태료 사이에서 난감해진다.

또한, 보증금제나 다회용기 사용 정책은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지방 소도시나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도입이 어렵다. 이렇듯 지역별·업종별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일괄적인 규제는 형식적인 compliance(규정 준수)만 유도하고, 진정한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어떤 업주는 “일회용품 안 쓰면 좋지요, 그런데 손님이 싫어하고 불편해하면 우리만 욕먹는다”며 정책과 고객 사이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소비자 또한 혼란스럽다. 다회용기를 사용할 때의 보관과 세척 문제, 컵 반환을 위한 번거로움, 그리고 아직은 부족한 인프라로 인해 ‘환경을 위한다는 건 알지만 번거롭다’는 반응이 많다. 즉, 다수는 정책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일상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규제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선 단순한 ‘금지’가 아니라,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효과적인 변화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 제도, 인식, 그리고 문화

그렇다면 진짜 효과 있는 일회용품 규제는 어떻게 가능할까? 해답은 규제 자체의 정교화와 더불어, 시민 인식과 사회적 문화의 변화에 있다. 제도는 분명히 필요하지만, 제도가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면 ‘왜’라는 공감이 먼저 형성되어야 한다. 억지로 강요된 실천은 오래가지 못한다.

예를 들어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환경 선진국은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면서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문화가 뿌리내려져 있다. 이는 수십 년에 걸친 교육과 캠페인, 인프라 확충이 맞물린 결과다. 우리 역시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이 일시적인 캠페인에 그치지 않으려면, 학교 교육과 공공 캠페인에서부터 그 필요성과 가치를 체계적으로 알리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또한 기술적 대안도 병행되어야 한다. 생분해성 소재의 상용화, 다회용기 자동 세척 시스템, AI 기반 폐기물 분류 기술 등은 규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들이다. 일회용품 규제는 단순한 감정이나 이상론이 아닌, 과학과 기술, 제도와 인식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 속에서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지금의 정책이 미완성인 것은 사실이지만, 잘못된 방향은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규제를 무조건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함께 개선해 나가는 일이다. 변화는 제도에서 시작되지만, 완성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